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3개월 정도라는 짧은 시간 안에 우리 삶의 모든 것을 바꿔 놨습니다.
재택근무의 허와 실.
강력한 봉쇄 정책의 장단점.
그리고 그로 인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생활 패턴의 변경.
이러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전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왜 퍼지게 되었고 싱가포르에서 감염자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2020/04/23 - [국제이슈] -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 왜 추락했나? 싱가포르 현지 리포트 #1
2020/04/24 - [국제이슈] -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 왜 추락했나? 싱가포르 현지 리포트 #2
이어서 오늘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싱가포르를 강타한 이후 싱가포르의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고자 작성했습니다. 일단은 싱가포르에 사는 모두의 삶을 바꿔 놓은 재택근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재택근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저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는 매일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삶을 꿈꿔왔었습니다. 이건 독자 분들도 분명 매일 꿈꿔오셨을 이상적인 업무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재택근무를 하게 된 지금 전 회사를 가는 삶이 얼마나 소중했었나를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업무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저 또한 지금도 재택근무에 제 삶을 맞추기 위한 조정기간을 아직도 거치고 있으며, 비단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인들과 동료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클라이언트들 또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니 일이 제대로 되기 너무나도 힘든 상황이죠.
여기에서 싱가포르의 현 정책을 잠깐 살펴보자면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4월부터 강력한 정부 통제하에 필수 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들의 재택근무를 의무화하였습니다. 회계에서 일하고 있는 저도 예외는 아닌지라 재택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편하게 집에서 일하는 게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서 저는 계속되는 재택근무에 점점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편하기에만 보이는 재택근무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길래 그랬을까요?
첫째, "일과 생활 분리의 어려움"
제가 제일 고충이 심했던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출근과 퇴근. 일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가 않습니다.
"눈을 뜨면 일 시작이고 눈을 감으면 일 끝이다."
저는 지금 상황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요. 퇴근이 딱히 없고 점심시간이라고 할게 딱히 없다 보니 업무의 스트레스가 잘 때까지 그냥 계속되는 느낌입니다. 주말은 또 다른 주중의 날 같아지고 주말에는 결국 밀린 일을 하기 일쑤가 됩니다. 또한 야외활동과 소셜 라이프가 제한되니 점점 더 시간 개념도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역설적으로 이렇게 출근과 퇴근이 명확하지 않으니 일은 점점 더 느려지는 느낌입니다. 분명 더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또 저는 아직 가정이 없는지라 해당사항은 없지만, 특히 집에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선 일 못하겠다는 곡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아이 보는 것도 힘든데 일까지 하려니까 얼마나 힘들지는 아직 아이가 없는 저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습니다. 여기에 자녀들이 두 명 세명 되는 집이라면.. 그 힘듬은 제가 표현하기는 어렵겠네요. 보육원 마저 문 닫은 상황에 제가 사는 싱가포르는 필리핀 등 베이비시터나 메이드를 고용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미 자국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싱가포르는 또 맞벌이가 많은 나라지요. 맞벌이만 하던 부모들이 갑자기 일과 집안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스가 나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오기 어렵겠죠.
이렇듯 일과 생활이 분리가 안 되는 상황이 싱가포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둘째, "빠른 의사소통, 불가능"
의사소통이 빠르게 필요한 산업들. 예를 들어 회계사들의 루틴을 보자면, 보통 하루에 몇 번씩은 팀원들 혹은 클라이언트와 만나서 미팅을 하거나 빠르게 캐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젝트도 많고 클라이언트도 많은 직업, 즉 회계사 같은 직종에서 구글 행아웃, 슬랙 등의 어플을 쓴다 하더라도 면대면으로 얘기하는 효율은 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전화나 화상통화의 품질문제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말을 하기 힘들고 전달 또한 부정확한 면이 많았습니다. 이런 모든 애로사항들은 곧 의사소통의 비효율성으로 다가오게 되었죠. 이러니 생산성이 자동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빠르게 면대면으로 화면 맞대고 얼굴 맞대고 직접 몇 번 말하면 끝날 일이 이제는 구글 행아웃 등으로 미팅 초대를 하고 수락을 하고 그때까지 기다려서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가 됐습니다. 또 뭐든지 말로만 설명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셋째, "재택근무 시설과 장비의 부재"
저를 재택근무 초창기에 가장 많은 고민에 빠지게 했던 바로 그 요소입니다.
무슨 말인지 자세히 설명을 드리자면 일단 집값이 비싼 싱가포르이기 때문에 저의 집은 작습니다. 저와 동생이 사는 집에 방 두 개에 작은 거실과 작은 주방이 있는 작은 집이죠. 그러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면 각자의 방 혹은 거실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되는데 침대의 유혹이 있는 방에서 재택근무를 한다는 건 굉장히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계속해서 침대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유혹 때문에 일도 집중되지 않았죠.
그렇다면 재택근무만을 위한 방이 있어야 되는데 보통 중산층 가정이라고 가정했을 때 과연 그런 여분의 방을 갖고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될까요? 처음부터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 집을 구한 사람이지 않는 이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의자와 책상.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현재 거실에서 동생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일단 한 사람보다 두 사람이 같이 일하는 게 효율이 더 좋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책상은 식탁을 용도 변경해서 쓸 수 있었지만 의자는 너무나도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으로 사무용 의자를 하나 구입하게 됩니다. 사무용 의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가격도 많이 오르고 배달도 늦었습니다. 하지만 의자가 없던 시절이랑 비교하니 재택근무에서 사무용 의자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만 있을까요? 모니터도 문제죠. 키보드, 마우스 컴퓨터 본체 등. 장비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집에서 쓰는 PC가 있었기 때문에 모니터를 용도 변경하여 사무용 모니터로 만들었고 게임용 키보드를 업무용 키보드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동료들 중에는 이러한 환경조차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넷째, "계속되는 자기와의 싸움"
위에서는 피지컬에 관련된 사항들을 다뤘다면 이건 멘탈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재택근무에서 피지컬보다 중요한 부분이 멘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 모든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이 얼마나 마음을 다스리고 일에 집중할 수 있는지 이게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과의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나가는 것보다 능률이 떨어질뿐더러 집안에 있는 많은 유혹들을 뿌리쳐내는 싸움을 지속하다 보니 지쳐가는 것입니다. 지금은 싱가포르의 강력한 봉쇄 정책 (Circuit Breaker)으로 가족을 제외하고 아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전 가끔 친구들과 통화도 하면서 서로의 멘탈을 케어해주고 울적한 맘을 달래고는 합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우울하게 되는 거죠.
이럴 때일수록 일부로라도 밖으로 나가서 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일부러라도 바빠서 연락하지 못했던 분들과도 연락을 하면서 서로의 멘탈을 챙겨주는 것은 또 어떨까요?
"재택근무, 나의 결론은?
제 결론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재택근무의 허와 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재택근무의 한계점과 발전 가능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재택근무는 결국 업무 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재택근무를 앞두고 있다면 이러한 시설, 장비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전보다는 기술력의 발달과 많은 노하우의 축적으로 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많은 도약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재택근무의 성공에는 무엇보다도 개개인의 재택근무에 대한 바른 이해와 숙달과 경험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프리랜서들을 보면서 재택근무를 꿈꿔왔던 나날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멘탈이 강하고 시설과 장비들이 구비가 되었고 경험이 축적이 되었기 때문에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프리랜서를 할 수 있었겠죠. 지금처럼 집에 그냥 둔다고 재택근무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후유증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새 중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하죠. 그리고 일본에서는 코로나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병에 대한 두려움, 재택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육아의 어려움까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우울증에 또 취약할 수밖에 없게 되겠죠.
또한 재택근무라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을 정도로 많은 실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이 되었든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상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이번 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싱가포르의 강력한 "봉쇄 정책 (Circuit Breaker)"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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